특수 산재영역 제도 변화 지켜본 산 증인…피해자 향한  

  사회관심 부탁 

 "공인노무사는 배출 인원도 많아지지만, 아직 미개척 분야고 특화해 볼 영역도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산업재해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이라고 판단해 일부러 지원해주는 후배들도 있어 든든합니다." 

 

공인노무사가 하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사업장의 노사 관계에 대한 사항을 분석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부당하게 해고당한 경우 구제 신청을 대리한다. 

 

다만, 요새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경영컨설팅을 하는 등 '돈이 되는' 시장에 주목하기도 한다. 근로자 권익 보호가 아니라 사용자 측에 기우는 일감에 안주하거나 오히려 이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는 것. 

하지만 입증이 까다로운 산재 문제에 특히 전문성을 개발하고 처리 관행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노무사나 노무법인도 적지 않다. 이태수 노무사는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맞은편에 자리 잡은 노무법인 소망의 서울지사장을 맡고 있다.  

 

그가 노무사업계에 발을 디딘 2004년만 해도 노무사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처럼 드라마 등에 등장인물로 나오는 등 각종 대중매체에 거론되면서 사회적 인식이 높은 때가 아니었던 시기다.  

 

당시 관행이 그랬고 처음에는 이 노무사 역시 특별한 사명감으로 전문 분야를 지향한 것은 아니다. 기업 자문부터 체당금(기업 도산 등으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한 한도 내에서 우선 지급하는 제도) 처리와 산재 보상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수행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산재에 특화됐다. 

 

지난 10여년간 그는 산재 전문가로 거듭나는 데 충분할 만큼 많은 사건들을 겪었다. 특히 탄광 등에서 일어나는 직업병에 인정과 보상을 해주는 데 인색하던 우리 사회와 대결해왔다.  

 

◆진폐증과 소음성 난청은 '아직 진행형' 질병

사람들은 이제 석탄이 더 이상 주요 난방연료로 쓰이지 않는다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진폐증(폐에 석탄가루 등 고운 분진이 쌓여 염증을 일으키고 폐가 섬유화돼 기능을 상실하는 병)이 과거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경동광업소 등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16만여가구 이상이 연탄으로 난방을 하므로 상당한 생산이 이뤄진다. 더디지만 권익 보장 등 제도 발전도 진일보하는 보람도 있었다.   

 

"진폐증으로 산재 인정을 받으려면 X레이 사진상 폐에 음영이 나타나야 하는데, 이렇게 진폐증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 등도 업무상 진행하고 있습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이라는 영역입니다. 이런 게 인정된 지 아직 2~3년밖에 안 됐어요."

고용노동부는 2013년 2월14일 산재보험법 및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 방안에 따르면 업무 때문에 발병하는 직업성 암이 당시 9종에서 21종, 직업성 암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은 11종에서 추후 23종으로 확대된다.  

 

특히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업무상 질병에 추가함에 따라 광업이나 금속제조업, 건설업에 종사하며 석탄 분진 등에 장기간 노출된 호흡기질환자들에게도 산재 보상의 길이 열렸다. 전까지는 진폐증만 산재 인정을 받았던 것에서 범위가 크게 넓어진 것이다. 

 

이처럼 진폐증과 그 인접 질병에 대한 산재 신청과 입증 노하우를 쌓으면서 또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 집중해 특화한 부분이 바로 소음성 난청이다.

탄광 착암공을 우선 떠올릴 수 있지만, 드릴로 일하는 등 시끄러운 소음을 견디며 일하는 업종에는 공통분모로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소음 작업장에서 다년간 근무력이 있는 자의 청력 손실을 산재로 인정하므로 엄연히 업무상 질병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법 시행규칙 별표기준 및 내부지침에 따라 소음 작업장을 떠났을 때부터 보상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해석해왔지요. 이렇게 되면 탄광 등에서 일하다 떠나 다른 일을 하다 나중에 난청이 심해진 경우 시효가 끝나는 등 문제가 생깁니다."

다행히 2014년 9월에 대법원에서 소음 사업장을 퇴직한 때가 아니라 난청 증상 진단을 받은 때부터 청구권 발생 시점의 기산점을 잡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만 이로써 문제가 모두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문제가 뒤따르게 됐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장애인복지법상 등록을 위한 장애진단이나 보청기 장착, 난청 치료를 위한 진료 기록이 나오면 보상금을 주지 않는 사례가 다시 나옵니다. 산재가 무언인지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다 몸이 불편해져서 가장 값싸고 편리한 방법으로 장애인진단 등록을 활용한 것인데 이것이 발목을 잡는 거죠. 이를 지적하면서 부지급 결정을 하는 공단 측의 태도는 문제가 있어요. 시급히 시정되기를 바랍니다." 

◆영업이익 아닌 보람으로…아빠 하는 일 설명할 때 행복

이 노무사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등 다양한 전문가들도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의 구별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런 점을 지적하며 보상을 해주지 않으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스무고개처럼 계속 나타나는 문제들에도 지치지 않고 사건 연구와 상담을 하면서 논리 개발과 문제점 증명에 나서는 중이다.  

 

"과거 광산 등의 근무 여건은 노후화된 장비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소음 정도가 지금보다도 더 나빴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소음 결과를 토대로 진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그는 이 같은 사례를 통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관련 문제는 끝난 것도 아니고, 탄광 영역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소음성 난청 사례만 해도 1000여건은 각지에서 상담과 신청 등으로 해결을 기다릴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진폐와 소음성 난청 등 사회  

 구석에 잊힌, 그러나 현재

  진행형인 문제가 많다며  

관심을 부탁하는 이태수 노무사 

= 임혜현 기자  

 이 노무사는 "산재 전문으로 업무 방향을 잡거나 약자만 대리하다 보면, 근로복지공단 등과 불편해질 수도 있고 여러 한계도 생길 텐데 아쉬운 점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실무상 많이 부딪히는 것일 뿐"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산재 승인을 입증해 냄으로써 유가족의 살 길을 찾아주게 된다면 가장 큰 보람이지 않겠는가"라는 반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또 "영업이익만을 보며 (이 직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소신도 덧붙였다.

많은 노무사들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에 산재 등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곳에 일부러 지원을 하는 것도 큰 힘이 된다. 가끔 사회인 야구팀에서 투수로 활약하는 것을 제외하고 별다른 취미 생활도 없이 일에 매달려왔다.  

 

총 8명의 노무사를 포함, 20명의 직원과 각종 소음성 난청과 진폐 등 특수 산재 부문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노력파다. 

이 노무사는 "큰 애가 여섯 살인데, 아빠 직업이 뭐냐고 물을 때 일을 하다 다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답할 때 가장 뿌듯하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보였다.